한국 유림 파리장서 독립운동 기념비 제막식 추모사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14.04.10

추 모 사

회고해보니, 오늘이 바로 95년 전 유림단이 파리장서를 제출하시던 역사적인 날입니다.

이처럼 의미 깊은 날에, 이곳 고창지역 여러분들의 뜻을 모아 뒤늦게나마 파리장서 기념비를 세우고, 추모식을 거행하게 되니 감개무량한 마음으로 선열님들의 영전에 추모의 예를 올립니다.

  1919년 3월 1일, 천도교와 기독교, 그리고 불교 지도자들에 의한 3.1독립운동에 이어 1919년 3월 29일, 선비정신으로 무장한 전국의 뜻있는 유림단이 자주독립의 정당성을 설파하는 파리장서 독립운동을 펼치셨습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전후 세계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 파리평화회의에 참여한 각국의 대표들에게 당시 경북 봉화의 면우 곽종석 선생을 위시한 유림들이 독립청원서를 작성하여

심산 김창숙 선생과 지산 김복한 선생 등 영.호남 유림을 비롯한 전국의 유림 대표 137명을 연명하여 제출하는 독립투쟁에 나섰고,

그 가운데에는 이 고장의 유학자이셨던 고석진, 고예진, 고순진, 고제만 선생께서도 동참하셨던 것입니다.

그 매서운 기개는 1910년 경술국치를 전후하여 을미. 을사. 정미 등 세 번에 걸친 의병투쟁과 함께 순국행렬을 이어가시던 바로 그 고결한 정신의 표출이었습니다.

파리장서는 일제의 침략상과 우리민족의 피해실정을 밝힌 글로서 3.1독립운동과 더불어 쌍벽을 이루는 우리 독립운동사에서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유림 선열들께서는 “차라리 자진하여 죽을지언정 일본의 노예가 되지 않겠다”며 자주독립 의지를 만천하에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식민통치의 부당함을 준엄하게 꾸짖고, 광복이 되는 날까지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지난날 의병투쟁의 결의와 기개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던 것입니다.

3.1독립선언 서명의 불참에 대한 유림들의 뼈저린 반성과 성찰로 인해 전국의 각성된 유림들이 단독으로 선언한 파리장서야말로 한국 민족의 근원적인 독립선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선언서는 그 당시 만국공법이 지배하는 세계적 추세에 유의하면서도 유교적인 입장에서 내수외양(內修外攘)을 전제로 서양제국에 대한 외교적인 대응책을 비교적 정확하게 표현하였기 때문입니다.

  파리장서 유림 선열님이시어! 두 번에 걸친 갑오년이 돌아오는 사이에 흥망성쇠를 거듭한 우리민족은 뜻밖에도 동족상잔과 국토마저 분단되는 비극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도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번영의 역사가 꽃을 피워 오늘날 경제대국과 문화강국의 면모를 갖추어 도약하고 있습니다.

이제 천상에 계신 선열님들이시어!
남북한 우리 민족 모두가 한 뜻으로 민족의 정기를 올곧게 세우고, 숭고한 뜻을 이어 평화 통일을 이루어 낼 수 있는 대한민국이 되도록 음우하여 주시옵소서.

2014. 3. 29
광복회장 박 유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