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설문] 2·8 동경유학생 독립선언 기념식

  • 작성자 : 관리자
  • 작성일 : 2024.02.05

치 사

 

오늘 우리는 제105주년 2·8독립운동 선열님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기리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선열님들의 헌신을 기리는 이 자리가 더욱 값지게 되기 위해서는 선열들의 헌신에 보답하는 마음을 굳게 다져 조국 대한민국을 지켜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시간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독립운동 선열들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역사를 변화시키는 원동력을 가지고 있던 분들이 바로 우리의 선열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2·8독립선언 당시였던 1차 대전 이후, 세계사조인 '민족자결주의'는 사실 우리민족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승리한 연합국의 일원으로서 그들이 가지고 있던 식민지에는 민족자결주의가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우리민족은 일제에 의해 1905년 외교권이 박탈되고, 1910년 8월 한일 강제병탄으로 세계로부터 완전히 고립되었고, 세계열강조차도 일본의 편에 서서 우리를 돕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국제사회의 냉혹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1919년 한반도의 지축은 자주독립 함성으로 흔들렸고, 우렁찬 만세소리로 한반도는 처절한 봄날을 맞이하였습니다.

 

그해 2월 1일 만주에서 시작된 독립선언과 만세운동은 일본 동경을 거쳐 5월 31일까지 한반도 전역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민족의 자주와 독립을 외치는 선언서, 결의서 격문을 합치면 약 80여종이나 된다고 일본의 고등경찰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 대한독립선언과 동경유학생선언, 기미독립선언서 3가지 독립선언서에는 사회 계몽가, 종교인, 언론인, 군인, 교육자, 학생 등 다양한 계층이 자신들의 이름을 올렸습니다.

 

특히 저는 2.8 독립선언을 주동한 유학생들은 장래가 보장된 신분에도 불구하고 이를 포기하고 뜨거운 조국애로 식민지 백성의 노예적 삶으로부터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 기꺼이 희생을 선택한 유학생 선열들로부터 가슴 벅찬 감동을 받습니다.

 

선언서에 이름을 올린 대부분은 이로 인해 일본경시청에 붙잡혔지만, 다른 분들은 국내로 들어와 3·1운동이 전국으로 확산하는데 큰 역할을 하셨습니다.

 

오늘의 이 기념식이 그저 단순한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20대 젊은 유학생 선열들의 독립운동 정신을 기리며 그 분들의 헌신을 영원히 기억하는 의미 깊은 기념식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사건을 통해 끊임없는 회고와 성찰의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이런 기념식에 일본인들도 많이 참석하여 젊고 용기 있었던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을 함께 기리는 시간이 되어야 합니다.

 

일본은 지정학적으로 한국과 헤어질 수 없는 이웃입니다. 그런 이웃나라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면 두 나라 모두 손해입니다.

 

과거 선열들께서도 유학생활의 터전이었던 일본이 싫거나 일본인들을 미워했던 것이 아닙니다. 한국인들을 억압했던 일본의 제국주의 체제에 저항하며 독립투쟁을 전개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일본인들 중에 우리의 독립운동을 도왔던 분들도 많았습니다. 이번 탐방단원들이 묘소 참배를 했던 후세 다쓰지 (布施辰治) 변호사 선생은 그 대표적인 분이십니다.

 

과거사에 얽매여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양국관계는 결코 올바른 게 아닙니다.

 

용서하는 마음을 알아야 사과하는 마음도 생긴다는 말처럼, 두 나라의 정부는 활발한 상호교류를 통해 서로 신뢰를 쌓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인들이 시도 때도 없이 독도에 대한 영유권 주장으로 한국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거나 한국인들을 자극하는 일을 삼가야 합니다.

 

오늘, 기념식을 통해 두 나라가 역사 앞에 겸손한 태도로 한일관계를 좀 더 발전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서로 지혜를 모아 노력해 나가야 할 때입니다.

 

끝으로 기념식을 준비하시느라 수고해 주신 오영석 재일본 YMCA이사장님을 비롯하여 관계자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 드립니다.

 

또한 자리를 빛내주시는 배경택 주일대사관 총영사님, 여건이 민단 단장님께 감사드리며, 김민희 2·8 유족을 비롯한 탐방단원들께도 감사드립니다.

 

누구보다도 대한민국 정부를 대표하여 고국에서 2.8독립선언의 역사적인 현장을 잊지 않고 찾아 주신 이희완 국가보훈부 차관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단기 건국 4357년,

대한민국 106년(2024) 2월 8일

 

광복회장 이 종 찬